사이비라는 말은 도구일까?
'사이비'라는 개념은 오랜 세월 동안 주류 사회와 지배적 종교가 자신들과 다른 신념이나 종교 운동을 평가절하하고 탄압하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내가 믿으면 종교, 남이 믿으면 사이비"라는 표현으로 이러한 현상을 풍자하곤 합니다. 이처럼 특정 신앙 체계에 대한 평가는 이를 바라보는 집단의 관점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역사적으로 다수파는 소수파의 신앙을 사이비로 낙인찍어 배척해왔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역사적 사례와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사이비'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종교적 박해의 도구로 기능해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사이비' 개념의 의미가 변화하는 양상도 조명함으로써, 이 용어가 지닌 사회적 함의와 권력 관계를 고찰할 것입니다.
'사이비' 개념의 어원과 변천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은 한자어로,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 용어는 고대 중국의 철학자 공자와 맹자의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맹자가 편찬한 《맹자》의 한 구절에 따르면, 공자는 “나는 겉만 그럴듯하고 실제로는 바르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이비'는 겉으로는 참되고 선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짓되고 악한 것, 즉 외형만 본받은 가짜를 의미하였습니다. 초기의 '사이비' 개념은 특정 대상에 내재된 진정성과 진실성을 문제삼아 위선이나 가식을 경계하는 윤리적 맥락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이비'라는 단어는 단순히 도덕적 위선을 가리키는 것을 넘어, 진짜처럼 보이지만 가짜인 모든 것을 폭넓게 지칭하는 말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종교 영역에서 이 단어의 용법이 두드러졌는데, 본래 숭고한 종교의 겉모습만 흉내낼 뿐 내적으로는 참된 신앙이 없는 가짜 종교를 지칭하는 의미로 발전하였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사이비 종교'라는 표현이 굳어져, 겉모습은 종교와 유사하나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거나 해악을 끼치는 집단들을 일컫게 되었습니다. 이는 서구에서 말하는 '컬트(cult)' 또는 '이단(異端, heresy)'의 개념과도 상통합니다. 그러나 '이단'이 주로 정통 교리와의 교의적 차이에 초점을 두어 교리적으로 다른 신앙을 가리키는 반면, '사이비'는 거짓성과 악의적 속성에 무게를 두고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단이라는 용어는 정통 교단 입장에서 볼 때 교리가 어긋난 경우에 쓰였던 반면, 사이비는 겉은 종교 같으나 실제로는 신도를 속이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집단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상의 변화는 '사이비' 개념이 단순한 어휘를 넘어 사회적 판단과 가치평가의 함축을 띠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박해에서 '사이비' 용어의 사용
역사적으로 지배적인 신앙 집단이나 권력자는 자신들과 다른 믿음을 억압하기 위해 '사이비'라는 개념을 빈번하게 활용해왔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다수파는 소수파를 미신, 이교, 이단 등의 이름으로 낙인찍으며 탄압한 사례가 많다. 이러한 낙인은 해당 집단의 신앙을 정당한 종교가 아닌 그릇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박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본 글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난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사이비' 개념이 종교적 박해에 어떻게 동원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첫째로, 중세 서양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중세 가톨릭 교회는 자신의 교리와 다른 주장을 펼치거나 별도의 신앙 운동을 벌이는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하며 가혹하게 처벌했다. 예를 들어, 13세기 유럽 남부의 카타리파(Cathari)나 왈도파(Waldensians) 같은 평신도 신비주의 운동은 가톨릭 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사이비 종파로 취급되었다. 교회는 이들을 정통에서 벗어난 허위 신앙으로 낙인찍고, 종교재판과 심지어 십자군 원정(알비주와 십자군)까지 동원하여 신도들을 탄압하고 학살하였다. 이러한 종교재판과 이단 심문은 단순한 신학 논쟁을 넘어서, 다수 교단이 소수 신앙인들을 사회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제거하려는 시도였다.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현상도 유사한 맥락에서 발생했는데, 16~17세기 유럽에서는 기성 교리나 사회 질서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는 이들을 악마 숭배자나 마녀로 몰아 처형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는 기존 권위에 도전하거나 이질적 세계관을 가진 개인들을 사이비적인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공동체의 공포를 결집하고 이들을 희생양 삼아 사회 질서를 재확인하려는 폭력적 과정이었다.
종교 개혁 시대에도 다수파에 의한 소수파 박해는 계속되었다. 16세기 유럽에서 프로테스탄트(개신교)와 가톨릭이 대립할 때, 양측은 서로를 진정한 신앙이 아닌 타락한 사이비로 매도했다. 가톨릭 교황청은 루터와 개신교도들을 이단으로 파문하고 탄압했으며, 개신교 국가들 역시 가톨릭 신자를 배척하거나 심지어 폭력으로 몰아낸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종교전쟁과 박해의 이면에는 내 집단의 신앙만이 정통이고 타 집단은 그릇된 것이라는 배타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즉, 각 진영은 상대를 '거짓 신앙', '사이비 교리'로 규정함으로써 자기편의 신앙적 정통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이질적인 신앙 공동체에 대한 탄압을 합리화했다.
둘째로, 동아시아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교가 지배 이념이던 전근대 사회에서 국가 권력은 종종 새로운 종교나 외래 종교를 사교(邪敎) 또는 사이비로 취급하며 탄압했다. 조선 시대를 예로 들면, 18~19세기경 전래된 천주교(가톨릭)는 성리학적 질서에 어긋나는 이질적인 신앙으로 여겨져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당시 집권층은 천주교를 "사학(邪學)" 즉 그릇된 학문이라 부르며, 서학을 따르는 자들을 국가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단자로 간주했다. 그 결과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해 여러 차례의 박해(기해박해, 병인박해 등) 동안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당하거나 옥고를 치렀다. 이때 '사이비'라는 표현 자체가 공식 문헌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지배층이 내세운 논리는 전통적 윤리와 충돌하는 외래 종교를 정통이 아닌 가짜 신앙,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위험한 사설(邪說)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서양 중세의 이단 박해와 마찬가지로 지배적 이념에 반하는 신앙에 대한 탄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동아시아 사례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번성했던 중국의 민간 종교 운동들과 이에 대한 탄압을 들 수 있다. 청나라 말기나 군벌 시기의 혼란기에 등장한 백련교, 태평천국 운동 등은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사이비 종교로 인식되어 진압되었다. 명나라와 청나라는 법률로 "사교 금지"를 명문화하여, 국가가 공인하지 않은 종교 결사를 邪教(사교), 즉 사악한 종교로 규정하고 엄벌에 처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백련교나 여타 비밀 결사들은 미신이나 요사스러운 가르침을 퍼뜨리는 집단으로 몰려 대대적인 탄압과 학살을 당했다. 이는 국가 권력이 자신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는 신흥 신앙 운동을 '가짜 종교', '사이비 집단'으로 낙인찍어 제거한 대표적인 경우이다.
셋째로, 근대 이후의 사례에서도 다수의 의견과 다른 종교에 대한 사회적 배척은 지속되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서구 세계에서는 새로운 종교 운동이나 종파가 잇달아 등장했다. 이 중 일부는 주류 개신교권으로부터 "컬트(cult)", 즉 사이비로 낙인찍혔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일명 모르몬교)나 여호와의 증인, 크리슈나 의식과 같은 신흥 종교 운동은 등장 당시 주류 사회의 강한 의혹과 비난을 받았다. 다수 사회는 이들의 가르침과 생활 양식을 이해하기보다는, 기존의 질서에 위협이 되거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사이비 종교로 치부하곤 했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중반 이후 이른바 반(反)컬트 운동이 일어나, 여러 신흥 종교들을 세뇌 집단이나 사기적인 사이비 종교로 몰아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언론에서는 선정적인 보도로 작은 종교 단체들을 범죄 집단처럼 묘사했고, 사회는 이러한 낙인을 기반으로 이들을 소외시키거나 강제로 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일부 집단은 과연 사회적 해악을 끼쳤기 때문에 규제를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예: 폭력을 행사한 인민사원 사건, 일본의 옴진리교 등), 그렇지 않은 집단들까지 싸잡아 사이비로 몰림으로써 정당한 신앙의 자유가 침해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는 '사이비'라는 용어가 때로는 정당한 경계 설정 수단이기보다는, 다수의 공포와 편견이 반영된 사회적 낙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역사적으로 '사이비'라는 딱지는 지배적 종교나 사상 체제가 자신들과 다른 믿음,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믿음을 억누르기 위해 사용해온 강력한 무기였다. 이러한 낙인 찍기는 단순히 종교적 차이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해당 집단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부정함으로써 그 구성원들을 범법자나 사회 질서의 파괴자로 만들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과거의 여러 사례들은 '사이비' 개념이 어떻게 권력자들에게 이용되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학적으로 본 다수 종교와 소수 종교 간의 권력 관계
위에서 살펴본 역사적 사례들은 '사이비'라는 개념 뒤에 숨은 사회학적 역학 관계를 드러낸다. 사회학적으로 볼 때, 다수 종교와 소수 종교 사이에는 항상 권력과 지위의 불균형이 존재하며, '사이비'라는 낙인은 이 불균형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해왔다. 본 글에서는 다수파와 소수파 간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낙인 효과를 중심으로 이를 분석한다.
첫째, 다수 종교의 헤게모니와 사회 통제를 들 수 있다. 한 사회에서 다수인이 믿는 종교나 공인된 종교는 주류의 지위를 차지하며, 사회적 헤게모니(주도권)를 행사한다. 이러한 다수 종교는 자신들의 교리와 가치관을 사회 전체의 정상적인 신념 체계로 규정하고, 이에 어긋나는 신앙 체계에 대해 일탈 혹은 편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사이비'라는 용어는 다수파가 규정한 정상 범주 밖의 종교를 낙인찍는 레이블로 사용된다. 일탈 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종교적 편차 행동을 보이는 집단에 '사이비' 딱지를 붙이는 행위 자체가 다수파의 사회 통제 메커니즘인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Howard Becker)가 주장한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에 의하면, 어떤 행위나 집단이 일탈로 간주되는 것은 그 행위 자체의 본질 때문이 아니라 타인이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찬가지로, 한 종교 집단이 '사이비'로 불리는 순간 그 집단은 사회에서 일탈자로 취급되며, 그에 따라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된다. 이는 다수 종교가 자신들과 다른 소수 종교를 규정하고 통제함으로써 사회적 질서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권력 관계의 반영이다. 종교 사회학자들은 종종 "컬트와 종교의 차이는 구성원의 수와 사회적 승인 여부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역사를 돌이켜보면 초기에는 작은 분파나 신흥 종교로서 주류로부터 멸시받거나 박해받던 신앙이, 시간이 지나 세력을 얻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면 더 이상 사이비로 불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성 종교 또한 태동기에는 기존 체제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았던 사례가 흔하다. 기독교는 로마 제국 치하에서 소수의 비합법적 신앙 공동체였기에 국가로부터 미신적 컬트로 여겨졌으나, 훗날 신봉자가 늘고 권력을 획득하자 로마의 국교가 되어 더 이상 주변부 종교가 아니게 되었다. 이처럼 어느 종교가 사이비로 불릴지 여부는 절대적 기준이 있기보다, 당시 그 사회의 권력 구조와 다수파의 시각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사이비'라는 낙인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약소 종교에 일방적으로 찍히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소수 종교의 목소리를 위축시키거나 신앙 활동을 음지로 숨어들게 만든다. 반대로 소수 종교가 생존하여 규모가 커지고 사회적 인정을 얻게 되면, 더 이상 함부로 사이비라 부르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점에서 '사이비' 규정은 다수 집단의 권력 행사가 작용한 상대적 개념임을 알 수 있다. 즉, 그것은 신앙의 진위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보다, 누가 사회적 영향력을 쥐고 있는가에 따른 호명인 셈이다.
셋째, '사이비' 낙인이 가져오는 사회적 심리와 집단 행동 측면이다. 한 집단이 사이비로 규정되면 다수 대중은 그 집단에 대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느끼고, 종종 집단적인 적대 행동을 보인다. 사회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는 외집단에 대한 편견과 도덕적 우월감에서 기인하는데, 다수파는 소수파를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상정함으로써 자기 집단의 응집력을 강화한다.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의 관점에서, 사회는 때때로 일탈자로 낙인찍힌 존재를 처벌하고 배척하는 의식을 통해 공동체의 규범을 재확인하고 결속을 다진다. '사이비'로 지목된 종교에 대한 박해나 공격은 바로 그런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즉, 소수 종교에 대한 배척은 단순한 편견의 산물이면서도, 동시에 다수 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과 단합을 확인하는 행위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비' 개념은 단지 언어적 낙인일 뿐 아니라, 사회 통합과 배제의 이중적 메커니즘과 결부되어 작동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이비' 개념의 의미 변화
세월이 흐르고 사회가 다원화됨에 따라 '사이비' 개념의 사용 방식과 그에 담긴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많은 국가에서 보장되고, 새로운 종교 운동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소수 종교를 '사이비'로 몰아붙이는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대중 매체와 정보화의 영향으로 진정으로 위험한 파괴적 사이비 종교와 비교적 무해한 신흥 종교를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본 장에서는 현대의 맥락에서 '사이비'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고 이해되는지를 살펴본다.
우선, 학술적 담론에서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종교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가치중립적인 용어인 '신흥 종교'(New Religious Movement)를 사용하여 새로운 종교 현상을 기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사이비'나 '컬트'라는 용어가 지닌 부정적 함의와 사회적 낙인 효과를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에는 낯선 종교 집단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멸시적인 용어를 사용했으나, 현대 학계는 객관적 관찰과 내부자 관점의 이해를 통해 섣부른 평가를 자제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이비'로 일컬어졌던 여러 종교들에 대한 재평가와도 연결된다. 한때 사이비라고 손가락질받았던 종교 중에는 시간이 지나 사회에 정착하거나 긍정적 역할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으며, 그 반대로 겉보기에는 정통 종교의 형태였지만 내부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일삼아 뒤늦게 사회 문제화된 경우도 있다. 결국 현대의 학문적 시각에서는 '사이비성'이 고정된 딱지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행위에 따른 동적인 범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다음으로, 대중적 의미와 언론의 사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오늘날 언론과 사회에서 '사이비 종교'라는 용어는 주로 사람을 속이고 착취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종교 집단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이전 시대처럼 단순히 교리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이비라고 부르기보다는, 범죄 연루 여부, 반사회적 행동의 유무, 맹신을 이용한 착취 구조 등이 있을 때 사이비로 규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예를 들어, 20세기 후반 이후 보도된 사례들을 보면, 대규모 살인이나 자살 사건으로 이어진 극단적 종교 집단(예: 미국의 인민사원 사건, 일본의 옴진리교)의 경우 사이비 종교로 단정되었고, 21세기 들어서도 신도 착취, 성범죄, 사기 행각 등이 드러난 일부 종교 단체(예: 한국의 JMS 정명석 사건, 기독교복음선교회 등)가 사회적으로 사이비로 낙인찍혔다. 이러한 경우 대중은 '사이비'라는 단어에 강한 부정적 이미지를 결부시켜 인식한다. 반면, 새로운 교리나 예언을 주장하지만 비교적 평화롭게 존재하는 소규모 종단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이비로 매도하기보다는 기이한 현상 정도로 취급하고 방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적 다양성에 대한 관용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즉, 남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굳이 강제로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개념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한편으로는 이 용어가 경계 경보로서 유용하다는 시각이 있다. 즉, 사이비 종교라 불리는 집단들은 대개 지도자가 과도한 권위를 갖고 추종자를 심리적으로 예속시키며, 재산 착취나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미리 경고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견해는 특히 피해 사례가 발생한 이후에 힘을 얻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용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사회 다수의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무고한 소수 종교까지 '사이비'로 몰려 집단 따돌림이나 인권 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가짜 뉴스나 선정적 보도가 이러한 잘못된 낙인을 확산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현대에 와서 '사이비'라는 용어는 예전만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그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이 진정한 사이비인가”에 대해 한층 숙고하게 되었고, 함부로 어떤 종교를 사이비라고 부를 경우 생길 수 있는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현대에는 '사이비'라는 개념이 종교 외의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되는 양상도 보인다. 과학의 영역에서 사이비 과학(=가짜과학, pseudoscience)이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것이 한 예이다. 주류 과학계는 과학적 증거와 방법론을 따르지 않는 주장들을 사이비 과학이라 부르며 배척하는데, 이것도 넓게 보면 지배적 지식 체계(과학)가 이질적인 소수 이론을 배격하는 하나의 형태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이비 의학, 사이비 철학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이비'라는 접두어가 붙어 쓰이며, 이는 어떤 대상이 표면적으로 그럴듯하지만 내용은 부실하거나 거짓됨을 지적한다. 이러한 사용은 엄밀히 말하면 종교적 맥락과는 거리가 있지만, 용어의 본래 의미인 겉다르고 속다름이라는 개념이 현대에도 유효하게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논란의 소지는 있는데,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대체의학을 사이비라고 매도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그것을 전통 지식의 맥락에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사이비' 판단은 누가 주류인가에 따라 달라지며, 이 점은 종교든 과학이든 사회 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이비'라는 개념은 그 어원적 의미에서 볼 때 겉과 속이 다른 가짜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사회 역사 속에서는 주류 집단이 자신들과 다른 견해나 종교를 낙인찍는 도구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권력을 쥔 다수 집단은 소수파의 신앙을 '사이비' 혹은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규정함으로써, 그들을 탄압하고 사회적 지위를 박탈해왔다. 이러한 낙인은 피지배 집단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다수파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였으며, 그 이면에는 다수와 소수 사이의 권력 관계가 놓여 있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사이비'는 단순한 가치 판단이 아니라, 누가 정의권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임이 드러난다.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사이비' 개념의 쓰임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음을 목격한다. 종교적 다양성이 인정되고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 중시되면서, 함부로 소수 종교를 사이비로 모는 행위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이제는 진정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집단인지 여부를 따져 신중하게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라는 낙인은 여전히 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한 번 찍히면 해당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쉽게 거두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우리는 역사적 맥락과 권력 구조, 그리고 실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이비' 문제는 다름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이며, 사회가 건강한 비판과 편견 어린 탄압 중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우리는 다수의 잣대로 소수의 신념을 매도하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 동시에 실제로 악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해치는 거짓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태도 속에서만, '사이비'라는 개념은 더 이상 부당한 박해의 면죄부로 쓰이지 않고, 사회가 진실과 허위를 식별하는 건전한 도구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